2005/06/02 14:29

[아름다운 이웃]난민인정 요구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마웅저씨

[세계일보 2005-05-09 19:51]

“우리가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9일 성공회대 민주사회교육원에서 만난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마웅저(37·사진)씨는 법무부가 자신과 동료 9명에 대한 난민 지위 인정을 거부한 데 대해 행정소송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 3월말 법무부로부터 난민 지위 인정을 거부당해 오는 7월13일까지 90일간의 출국 유예기간을 받아 놓은 상태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소송은 ‘함께하는시민행동’과 ‘아름다운재단’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황필규 변호사는 “소송의 관건이 법원의 판단이니 만큼 지금까지 법무부가 이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인정거부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웅저씨는 “내가 한국을 택한 것은 한국 정부나 정치인보다 일반 국민의 민주의식이 높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탄핵사태와 촛불집회를 보면서 ‘대단한 국민’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한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미얀마 양곤시 출생으로 지난 1988년 민주화 봉기에 가담한 이후 지하활동을 계속하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1994년 10월 한국에 입국했다. 입국 뒤 마웅저씨는 이주노동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고국 민주화를 위한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를 결성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과 함께 그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성공회대에서 학부·대학원 과정을 청강하고 있으며, 함께하는시민행동 인턴 활동가로도 일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배움에 열심인 이유는 민주화된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선진민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냉담하기만 했다. 2000년 신청한 난민 인정을 정부는 무려 5년을 끌다가 결국 불허 결정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를 불신한 4명의 동료는 일본으로 재망명해 그곳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는 “불과 20∼30년전에 미국과 일본 등에서 난민으로 활동한 사람들이 한국 정부와 국회에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정부가 아직까지 아시아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그에게 든든한 원군이 생겼다. NLD 자유지역지부(해외지부의 본부격) 대표자가 11일 오후 입국할 예정이다. 미얀마 대사관 등을 의식해 극비리에 입국하는 그는 12일부터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국가인권위원회, 각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연쇄적으로 접촉할 예정이다. 그는 또 UNHCR 등의 지원을 받아 법무부를 항의 방문한 뒤 버마 운동가들의 난민 인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에 마웅저씨는 “한국 국민들에게 늘 감사한다”며 “이처럼 우리를 도와주는 여러 친구들 덕택에 반드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고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써 밝은 웃음을 지었다.

나기천·장원주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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