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자료 & NEWS2005/11/12 20:40
[국민일보 2005-11-11 18:21]

지난 6일 오전 6시37분. 수십대의 중국제 군용 트럭 행렬이 미얀마의 수도 양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행선은 북쪽으로 320㎞ 떨어진 산간 오지 피인마나. 수도 이전의 신호탄이었다. 천도는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군부는 출발 이틀 전인 4일 총리실,국방부 등 9개 부처에 이전 명령을 내렸고 해당부처 공무원들은 출발 직전까지 부랴부랴 짐을 꾸려야 했다.

문제는 피인마나가 수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식수와 전화회선이 취약하고 숙박시설과 음식 공급도 부족하다는 것이 탈출 난민과 외신의 전언이다. 1진에 속한 공무원들은 가족도 동반하지 못한 채 군용트럭에 실려 억지춘향 격으로 단신 부임했다. 오죽하면 미얀마 정부가 외교기관에 “이전한 9개 부처와 용무가 있으면 팩스로 연락하라”고 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주둔지이자 미얀마 건국 영웅 아웅산 장군의 독립투쟁 거점이었고,1960년대 미얀마 공산당의 투쟁거점이었던 피인마나는 군사요충이라는 점 외엔 이렇다할 매력이 없는 곳이다. 미얀마 정부 대변인인 초산 정보부 장관은 7일 “환경변화에 따라 미얀마를 현대국가로 발전시키려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라고 천도이유를 설명했다. 그것만으론 천도의 성격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이러저런 풍설과 시나리오다.

우선 점성술 때문이라는 풍설. 미얀마엔 점성술을 다루는 국가기관이 있는데,이 기관에서 양곤보다는 피인마나가 수도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허황되지만 왕조시대부터 국가 대사를 점성술 등에 근거해 행해온 미얀마에선 신기한 일도 아니다.

‘미국의 침공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가설은 조금 그럴 듯해 보인다. 지난 1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란,쿠바 등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했을 정도로 눈총을 받고 있는 미얀마이기 때문이다. 새 수도가 천연 요새이고 국내 건설 회사가 인근에 비밀리에 군 벙커 등의 지하 시설과 군용 활주로,미사일 기지,군 병원 등을 건설하고 있는 정황으로 봐도 그렇다.

현지에 정통한 소식통은 집권 군부 내의 권력 투쟁의 일환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권력서열 2위인 마웅 에 대장이 자기 세력을 피인마나로 피신시킨 후,양곤에 무장 폭동을 유도해 탄 슈에 장군을 실각시킨 후 집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세 가지 모두 천도라는 국가대사의 당위성을 보장해주기엔 빈약한 가설이라는 것이다.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Posted by 꼬 마웅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