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경찰·브로커들이 꾀거나 강제로 끌고가
입력 : 2007.11.01 00:54
미얀마 소년 마웅 저우(17·가명)가 깊은 산 속에 있는 군 부대에 끌려간 건 2004년이었다. 한 군인이 마웅 저우에게 나이를 물어 “14세”라고 답했지만, 그를 부대로 끌고 온 아저씨는 “넌 이제부터 18세(입대가능 최소연령)야. 알았지?”라고 윽박질렀다. 소년을 군에 팔아넘긴 아저씨는 2만 차트(약 1만3000원)와 식용유, 쌀 1포대를 챙겨 사라졌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지난달 31일 ‘군인으로 팔려가다: 버마의 소년병 모집과 운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열살 남짓한 소년들까지 군 병력에 동원하는 등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HRW는 미얀마 군부가 군입대 가능 최소연령이나 건강 상태 등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소년병을 모집하며, 자치를 요구하며 정부군에 대항하는 소수민족 게릴라 부대들도 소년병을 ‘총알받이’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의 소년병 징집이 본격화한 것은 2006년 여름. 혼자 배를 불리는 군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지면서, 자원입대자가 줄고 탈영병이 급증했다. 그러자 군 수뇌부는 ‘한 달에 7000명을 끌어오라’고 지시했다. 이는 그 전의 모집 인원에 비해, 4배나 높은 수치라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 ▲ 2004년 1윌 미얀마의 뉴 마네플로 지역에서 카렌족 소년들이 군복을 입은 채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달 31일 미얀마 군부와 소수 민족 게릴라들이 10대 초반의 소년들을 인권유린 행위와 전투에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각 부대장들은 자체 병력과 경찰, 민간인 브로커까지 동원해 소년들을 끌어 모았다. 18주간 혹독한 훈련을 시켜 ‘전사(戰士)’가 된 소년병들은 미얀마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소수민족 마을에 방화하고, 반군과 싸우는 전투에 투입됐다. 탈영한 소년병은 매질을 당하고 다시 부대로 또는 감옥에 보내졌다.
징집은 주로 기차역·버스터미널·시장 등 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뤄졌다. 돈·옷·일자리 등을 주겠다고 속이거나, 아예 강제로 수갑을 채워 끌고 갔다.
인권단체 HRW는 이렇게 소년을 군부대에 넘기는 대가로 보통 2만5000~5만 차트(약 1만7000~3만4000원)를 받는다고 고발했다. 이는 사병 한 달 월급의 1.5~3배 수준.
그러나 에 트훗 미얀마 정보부 부국장은 AP 통신 인터뷰에서 “HRW 보고서는 근거 없는 비난과 과장”이라고 말했다. HRW 소속 변호사인 조 베커(Becker)씨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가 지난 9월 민주화 평화 시위를 벌인 승려와 시민들을 무력 진압한 이후, 군부는 지원병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보고서가 발표된 이날 미얀마 승려들이 군정의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이후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승려 200여 명이 미얀마 중부 도시 파코꾸의 쉐구 파고다에서 가두 행진을 벌이고 사원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