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4 13:17

태국 영치우 노동자연합을 다녀와서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제48호 들빛회 소식지에 쓴 글입니다.
http://www.justice.or.kr/bbs/data/column/소식지48호.pdf

난민 인정을 받은 후 공식적인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09년 11월 15일부터 26일까지 태국과 버마의 국경지역의 작은 도시인 매솟이 저의 첫 여행지였습니다. 이 지역은 버마로 부터 유입된 불법이주민들과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운영 중인 공식 난민캠프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또 이곳에는 반 군부 단체에서부터 여성, 이주노동자, 아동을 위한 다양한 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방문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메일과 전화로만 만나던 여러 선, 후배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국경지역에서의 활동 이야기와 지난 십 여년의 한국 활동에 대한 사항 등을 나누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지만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의 절차가 십 여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메일과 유선으로만 의견을 나누고 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가보고 싶었던 영치우 노동자연합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국내 이주민 인권과 태국 국내 이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 비교하고 싶었고, 영치우 노동자연합 활동가들의 삶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04년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 때 영치우 노동자연합이 수상자로 모스웨(Mr.Moe Swe)선배를 한국으로 보냈기 때문에 두 번째 만남을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오랜 동안 살아왔던 저는 매솟에 있는 버마 이주민들의 삶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활동하고 있는 제가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민들보다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에 있는 이주민들 보다 태국에 있는 이주민들이 잘 하는 일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들인데, 태국에 있는 버마 이주민들은 스스로 학교, 병원 등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매솟에 있는 버마 사람 대부분은 불법체류 신분이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학교, 병원, 노동조합 등도 모두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매솟에 불법체류자 단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버마 이주민이 설립한 “메타오 크리닉”은 1989년 2월에 설립하여 올해로 20주년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1999년 7월에 시작한 영치우 노동자연합도 설립 10주년 기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치우 노동자연합을 방문했을 때 경기도 부천에 있는 버마 공동체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외에 다른 많은 한국 시민단체들이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 주십니다만, 태국에 있는 영치우 노동자연합은 멀고도 험한 여정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힘든 가운데에서도 노동자들은 서로 돕고, 나누며 한 걸음 한걸음 희망의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있으면서도 영치우 노동자연합은 도서관, 연습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연대하는 단체들도 하나 둘씩 생기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2008년 11월23일에는 영치우 노동자연합에서 주최하는 세미나가 있어 현지 노동자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하는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해 주는것은 한국이나 버마나 비슷하지만 특별히 모쉐 선배와 영치우 노동자연합 활동가들은 나에게 더욱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2004년 당시 영치우 노동연합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지학순정의평화기금에서 보내준 따듯한 응원과 연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광주 5.18재단, 지학순정의평화기금, 한국 드라마 등 여러 가지 한류의 영향으로 그 지역에선 제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무나 큰 환대를 받았습니다. 영치우 노동자연합 활동가들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 ‘Deposit’이라고 하는 보증금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번 월급을 받고있지만, 보통 10일, 15일, 20일 단위로 정산되어 월급을 받게 됩니다. 회사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월급을 계산할 때 월말까지만 계산하다 보니 10일, 15일, 20일짜리 월급은 항상 회사에 남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Deposit’(보증금)문제가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 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솟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한 노동자가 “10년 전까지는 매솟에 있는 회사들은 이런 제도가 없었는데 한 한국인 회사가 그런 제도를 시작하면서 주위에 있는 회사들까지 점점 퍼져간다”고 말했습니다. 그 제도가 한국 회사에서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 때문에 한국에 온 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면서 국제사회와 연대를 하고 노력하는 영치우 노동자연합 활동가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한국에 살고 있는 제게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에게서 받은 만큼 많이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관심과 연대를 보내 주신 지학순정의평화기금에 버마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다시 한번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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