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아시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버마 군부 정권의 탄압은 더 혹독해졌고 한때 아시아 민주주의의 희망이었던 타이와 타이완, 한국 사회는 둘로 쪼개졌다. 누가 아시아 민주주의를 흔드는 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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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두 번째 가택연금이 시작되었을 때 수치 여사는 자신이 15년 동안이나 더 갇혀 있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그랬다. 1990년이 끝나기 전에 버마 집권 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민주화 세력과 타협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2007년 9월 승려가 주도한 민주화 시위 때는 드디어 군정이 무너지는가 싶었다. 당시 전 세계가 버마 시위대를 응원했지만, 끝내 군부는 버텨냈다. 지금 버마 집권 세력은 더 강해진 듯하다. 버마 인권 상황은 후퇴하고 있다. 정부는 유튜브 등 인터넷 접속 자체를 막고 통제를 강화했다. 인터넷이 시위 정보 확산에 도움을 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택 연금 중이던 수치 여사는 올해 5월27일에 연금이 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4월3일 한 미국 남성이 집 앞 호수를 헤엄쳐 들어간 사건을 빌미로 5월14일 그녀는 감옥에 수감됐다. 정부는 가택연금 규정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유죄가 되면 최고 5년형에 처해진다. 6월19일 수치 여사 생일을 맞아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지만, 민중혁명이 일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버마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군부 정권이 꽤 오래갈지도 모른다.
현재 집권 중인 타이 민주당은 탁신이 독재자였다고 비판하지만, 그들 역시 왕정 중심의 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한다. 지금도 ‘붉은 셔츠’(친탁신)와 ‘노란 셔츠’(반탁신) 시위대가 거리에서 종종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친탁신 언론사 폐쇄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과거 군부 정권의 언론 탄압을 연상케 한다. 타이완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갈등이 빚어졌다. 마잉주 총통 취임 1주년을 맞아 5월17일 타이베이에서는 마잉주 총통에 반대하는 시민 10만여 명이 모여 가두시위를 벌였다(주최 측 60만명 추산). 이들은 마잉주 총통의 친중국 노선과 경제회복 실패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마잉주 총통 관저까지 행진했고 일부는 밤을 새워 남았다. 타이완 정부는 경찰 4000명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마잉주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가 전 총통 천수이볜을 정치 보복해 감옥에 가뒀다고 믿는다. 비리 혐의로 수감 중인 천수이볜 전 총통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살아서 정의의 실현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잉주가 타이완 사회를 통합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갈등만 더 커지는 양상에 실망하고 있다. 네팔 역시 세계인의 기대를 저버린 경우다. 10년 넘게 게릴라전을 펼친 마오주의 반군과 정부군이 2006년 평화협정을 맺고 지난해 왕정을 폐지해 공화국으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총리가 육군참
1990년대 민주화 성과 퇴색 그 밖에 홍콩(31쪽 딸린 기사 참조), 말레이시아(32쪽 딸린 기사 참조)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민주화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필리핀,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소식을 찾기가 힘들다.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 축에 끼는 일본도 자민당 1당 집권이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인권연구소 프리덤하우스가 아시아 민주화 후보 지역 25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2008년 현재 5개 나라만 ‘대체로 자유로운 나라’로 분류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언론자유지수나 영국 이코노미스트 정보센터의 민주화지수에서도 아시아 국가는 지난 10년간 오히려 순위가 2~3계단씩 떨어지고 있다. 물론 아시아 말고도 자유롭지 못한 지역은 많다. 아프리카는 대다수 국가가 군부 독재와 내전의 그늘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한때 민주주의의 희망이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1986년에 필리핀, 1987년 한국과 타이완, 1992년 타이, 1998년 인도네시아 등에서 아시아 민중은 권위주의 독재를 몰아냈다. 마치 동유럽에서 소련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진전해나갔듯 아시아 민주주의도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방향이라고 믿게 됐다. 하지만 지금 ‘민주주의는 절대 퇴보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낙관론을 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 설명은 아시아 시민이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심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미국 주간지 <타임>은 ‘당황하고 있는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기사에서 아시아 민주주의 실패를 분석했다. 이 기사에 언급된 나라로는 타이·한국·파키스탄·동티모르·말레이시아·몽골·방글라데시·필리핀·타이완·인도·일본 등이 있다. <타임>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란 ‘성가시고 무능하거나 부패한 것’이라는 개념이 팽배하고 특히 1997년 외환 위기 쓰나미가
중산층이 도리어 반민주 세력으로 최근 유명 영화배우 청룽(성룡)이 무심코 던진 발언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18일 청룽은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 포럼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나는 자유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인지, 자유가 없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자유가 지나치면 혼란이 올 수 있다. 타이완처럼 될 수 있다” “원래 중국인은 관리(통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청룽은 언론이 자신의 말을 왜곡해 보도했다며 수습했지만, 실상 중국인 중에서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셰이저 씨는 “요즘 타이나 한국·타이완에서 벌어지는 정치 혼란을 보면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민주주의가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이 퍼져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민주주의 후퇴 양상을 바라보는 다른 독특한 시각도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4월29일자 인터넷판 기사는 최근 전 세계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특히 타이·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주목했다. 이 기사의 문제 제기는 흥미롭다. ‘부르주아 혁명’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단 이 글의 부제는 ‘왜 세계 중산층은 민주주의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나’이다. 과거 정치 이론가들은 중산층을 육성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열쇠라고 믿었다.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것처럼 경제가 발전하면 중산층이 생겨나고 이 중산층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포린 폴리시>는 ‘최근 중산층의 반민주적 행태가 이런 이론을 뒤집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산층은 처음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세력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일단 민주화가 달성되고 나면, 투표를 거쳐 뽑힌 정치 권력이 중산층의 권력을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다(중산층은 이를 흔히 ‘포퓰리스트’라고 부른다). 따라서 중산층은 포퓰리스트 정권을 공격하게 되고 민주적으로 뽑힌 정권을 부정하는 데 이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중산층의 반민주 공세가 성공해서 이른바 포퓰리스트 정부가 무너지면, 서민층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 똑같은 역공을 시작한다. 이렇게 사이클이 돌며 중산층과 서민 대중이 다툼을 벌이는 동안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타이·한국 등 피플 파워 성공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이 ‘반민주 중산층’ 이론은 썩 들어맞는 면이 있다. 홍콩의 경우에도 비슷한 전망을 할 수 있다. 현재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세력 중 하나는 금융 재벌과 재계다. 언젠가 홍콩이 민주화가 되고 나면, 한때 동지였던 대중민주주의자와 중산층은 서로를 물어뜯는 적으로 바뀔지 모른다. | ||||||||||||||||||||||||
버마자료 & NEWS2009/07/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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