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자료 & NEWS2010/03/20 10:34
군부독재 고통받는 삶 부담없이 그려내
한겨레

» 〈굿모닝 버마〉




의료 시민단체의 활동가 아내를 따라 독재 국가 미얀마로 간 프랑스 만화가가 그린 미얀마 현실에 대한 만화’라고?

평소 일상생활에서 접할 일 없는 국제 시사 뉴스에 나오는 단어들로 설명하는 만화라니! 여기까지만 보면 의미는 있겠지만 재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각을 강요하는 만화라고 지레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 나온 <굿모닝 버마>(서해문집 펴냄·1만1900원)는 자칫 이런 추측이 책을 집어들지 못하게 할까봐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를 주는 만화다. 만화가 왜 만화인지, 똑같은 소재를 만화가 다루면 어떻게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뀌는지 잘 보여준다.

지은이 기 들릴은 만화가 겸 애니메이션 작가다. 아내가 세계적인 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활동가이며, 이 책에 앞서 북한을 방문하고 그린 <평양> 같은 책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미얀마에 갔으니 정의감이 투철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캐릭터겠거니 예상하게 되지만, 기 들릴이 직접 그린 그의 일상은 바로 이런 예상을 배반한다. 아내가 의료 구호를 하러 떠나면 혼자 집에 남아 아이를 보고 장 보면서 만화를 그리는 ‘난닝구 차림 옆집 아저씨’ 같은 만화가다. 그가 미얀마 생활에서 꼽아낸 만화 꼭지들은 어슬렁거리듯 미얀마를 돌아다니면서 겪고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그렸다. 미얀마 만화가 지망생들을 상대로 만화 강좌를 열었다가 자칫 반정부 행위로 오해받을 일을 저질러 수강생이 잡혀가게 될지도 모르는 경험을 하고,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을 구경하러 갔다가 군인들에게 쫓겨나기도 한다.

<굿모닝 버마> 최고의 매력은 ‘썰렁한 유머로 만나는 부담 없는 재미’다. 수십년 동안 국민들을 억압하는 군사독재 정권에 대해 목소리 높여 비판하기보다는 ‘미얀마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몰랐던 미얀마의 문화와 풍속을 만나는 재미도 가득하다.

참고 사항. 책 제목에 등장한 나라 이름이 ‘미얀마’가 아니라 ‘버마’인 이유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국민들을 학살한 이미지를 지우려고 일방적으로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과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아직도 버마라는 옛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Posted by 마웅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