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 지난 196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해 11일 재구금 조치를 내린 것은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출마 등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 사회는 그동안 미얀마 군정이 미국인 남성 존 예토의 수치 여사 자택 잠입 사건을 이용, 수치 여사의 정치활동 재개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미얀마 군정이 국제 사회의 빗발치는 비판과 제재 조치에도 수치 여사의 발을 묶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수치 여사를 풀어줄 경우 정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 1990년 실시된 총선 당시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된 상태에서도 의회의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미얀마 군정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미얀마 군정은 총선 직후 선거를 무효화한 뒤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지금까지 정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1990년 총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군정은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독립운동가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여사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면 군정의 탄압으로 흩어져 있던 재야 세력이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뭉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수치 여사가 전국을 순회할 때 수많은 인파가 몰려 수치 여사를 미얀마의 구세주로 떠받드는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미얀마 군정은 태풍의 눈인 수치 여사를 어떤 구실로든 묶어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얀마 군정 지도부는 또 총선에서 져 정권을 내놓을때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세력이 집권하길 희망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탄압을 받아온 수치 여사와 그의 지지세력들이 집권하게 되면 정치 보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얀마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태국에 망명중인 아웅 나잉 오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총선 이후 하야했을 때 자신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